'초청결 냉정 침착 호랑이'
by phantom
카테고리
나쁜남자의 런던
나쁜남자의 그림
나쁜남자의 조언
나쁜남자의 얼굴
나쁜남자의 작품
나쁜남자의 생각
나쁜남자의 일기
나쁜남자의 추억
나쁜남자의 미인
스물여섯살의 연애♡
스물다섯살의 연애
2008년 나날들
이글루 파인더
최근 등록된 덧글
실제로 런던의 내셔널 ..
by phantom at 11/25
런던은 지겹도록 흐리고..
by phantom at 11/25
;ㅂ;)고흐 원화를 맨날..
by 세그위버 at 11/24
ㅇㅂㅇ)저도 타국 생활..
by 세그위버 at 11/24
아... 지금 한국이면 ..
by phantom at 11/24
최근 등록된 트랙백
말도안돼 웃기지 마
by Asura's ABNormal Life
환자드립치는 애들 - 뮌..
by Ice Ice Baby~
아예 삭발해버리고 싶다.
by 이글루스 블로거들의 샤..
태그
VincentvanGogh Sunflowers1888 국가대표 나는아버지를존경합니다 흑흑 ㅡㅜ 쩐다 희망사항 루저논란 나의아버지는공장노동자입니다 회상 유치한남자 아버지는말하셨지인생은질러라 대한민국아줌마 런던 선물 나참어이가없어서 ㅋㅋ큐ㅠㅎㅎㅁㅎ 뭐라해야겠다 만세 아싸 여자도남자를자기마음대로변화시키려고하지말고 아버지 대한민국 내가무슨조조도아니구 시끄럽다 나상처받았어 AWheatfieldwithCypresses1889 졸려 경기
전체보기
올해의 목표
영어
운동
작문
금연
금주
라이프로그
rss

skin by 네메시스
내셔널 겔러리의 아이들.
  초등학교 학생들일까? 런던의 내셔널 겔러리에서 이따금 단체로 그림을 관람하는 학생들을 본다. 이곳의 아이들은 참 예쁘다. 큰 눈에 깨끗한 피부에 똘망 똘망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요즘 따라 모든 것에 의욕이 없어져서 큰일이다. 아마도 향수병이 도진 것 같다. 영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괜시리 짜증이 난다. 잠이 많아지고, 많은 것을 귀찮아 하며, 내 방도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이래서는 안되는 것을 알고 있는데, 팽팽하게 당겨졌던 실이 갑자기 끊어지듯이 모든 것이 흐트러져 버렸다. 왜 이럴까? 지금도 졸리다.   

  그래서 그냥 다 내던지고 자고 일어나니 런던시각으로 아침 5시 반. 그나마 숙제는 하는 시늉이라도 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봐야하는걸까. 한 것도 없는데 한주가 휙휙 가 버렸다. 이제 아침먹고 씻고 다시금 학교로 가야하는 게지. 나 요즘 왜이럴까? 오후 클래스를 작문기법으로 옮겼는데 수업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런가. 특히 어제 임시 선생으로 온 간달프 같은 인간이 가르치는 것은 형편이 없더라. 애들 중 반수 이상이 정신 못차림. 그 와중에 나는 대 놓고 선생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말만 씨불랑 거리지 말고 칠판에다가 좀 쳐 적으라고 말해버렸다. 정신 차려야 하는데, 큰일이다. 그런데 짜증도 쉽게 나서 누가 정신차려라라고 잔소리를 하면 그냥 콧등에 주먹을 날릴 것 같다. 

  일단 내가 마음을 너무 급하게 먹은 것 같다. 마치 내 꼴이 우리 학교에 삼수하고도 떨어진 친구와 같은 듯. 제발 마음을 편하게 먹자. 여기에 와서 1년간 공부를 하고도 영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는가. 그렇다. 모든 것은 운명대로. 마음을 편하게 먹자. 정장을 입고 싶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옷을 좀 사려고 하는데 주위에서 복싱데이까지 기다려 조금만 기다리면 돼 쨔사. 그래서 참고 있다. 어제는 비니를 샀다. 말라 붙은 피 색깔이다. 코트랑 정장바지를 사고 싶다. 옆으로 매는 가방도 하나 사고 싶다. 

  금요일에는 오후에 뉴몰든으로 가서 시장을 볼 생각이다. 라면이랑 김치랑 이것 저것을 사야 할 것 같다. 이제 11월도 끝이다. 11월은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열심히 논 것도 아니다. 반이 바뀐 것이 크긴 하지만, 이것 저것 쓸모 없는 것에 심신을 너무 많이 소모시켰다. 그렇다. 쓸모 없는 것에 너무 많이 심신을 소모 시켜 버렸다. 카네기 인간관계론과 행복론을 다시금 찾아 읽어야 겠다.
by phantom | 2009/11/26 07:01 | 나쁜남자의 런던 | 트랙백
나의 첫 One Night Stand

  올해 여름의 일이다. 부산에 관광을 온 친구를 사상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고 홀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걷잡을 수 없는 허무함과 공허함에 사로잡혔다. 다시금 찾아오는 지독한 외로움.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왠지 눈물이 날만큼 가슴이 아팠다. 학교 근처의 자취방에서 홀로 2년간 살아가면서 나는 이따금 그 친구로부터 외로움을 덜어 낼 수 있었다. 애인이 배신하였을 때, 다시금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을. 그 친구는 질투 섞인 부러움과 진심 어린 조언. 그리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었다. 친구는 나의 출국이 한 달 남은 시점에서 나를 보려고 온 것이었다. 앞으로 1년 동안은 그 친구와 만남을 가지지 못할 터였다. 그렇게 나는 혼자가 되었다. 지하철을 타면서 내 자리의 맞은편에 20살을 살짝 넘겼을 아가씨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전 애인들을 생각했다. 내가 이별을 고했던. 그리고 이별을 통보하던 아가씨들. 왜일까? 이제껏 후회라는 마음을 가져 본 적이 없던 나는 내가 조금 더 잘할걸. 내가 조금 더 이해할 걸이라는 자책감에 빠져들었다. 나 스스로는 최선을 다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했지만, 사실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그런 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양보하고 때로는 이해 가지 않아도 믿고 곁에 있어주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이 그리워졌다.

 

  몇몇 여성들은 아마도 이런 나의 말에 더럽다거나, 혹은 변태스럽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나는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한 여성을 보았으며 그리고 전 애인들을 떠올렸고, 전 애인들과 가졌던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고 고백하는 나. 나는 들고 있던 카메라로 나도 모르게 그 아가씨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 사진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아가씨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다. 누군지 알 수 없이 보였고, 여성의 실루엣이 담긴 이미지를 보면서 나의 가치관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제껏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깊은 육체적인 관계를 맺곤 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 어떤 것을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남자들이 으레 가곤 하는 홍등가가 어떤 곳인지 얼마를 받는지 어떤 사람이 오는지 나는 알 길이 없었다. 20살 이후로 아리따운 여성들이 내 옆에 있어주곤 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연인들 사이가 으레 그러하듯. 내가 가진 성욕을 풀어주곤 했다. 대단히 고맙고 기뻤으며 나 역시도 그녀들을 기쁘게 할 수 있어서 좋아했다. 사랑을 하고 그 사람과 내가 서로를 아끼는 것을 확인하고, 또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을 받는 것이 좋았고, 흥분하곤 했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가만가만히 나를 진정시켜주는 것이 좋았다.

 

  전 애인과의 마지막 섹스는 봄에 일어났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혼자였었다.

 

  남자가 성욕이 쌓이고 쌓이면 남자는 자연스럽게 몽정을 하게 된다. 최소한 이제껏 나는 그래 왔다. 몽정은 참 어처구니없게도 서글픈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의 이성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술을 자제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꾸준히 운동을 하여 건강을 관리해 왔다. 대체로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보며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고 말하는데 아마도 나는 무척이나 건강한 남성일 것이다. 몸이 건강하기에 보통의 남자가 그렇듯이 내게도 성욕은 있다. 그리고 그 성욕을 외면하면 슬프게도 몽정으로 나는 사정하게 된다.

 

  몽정이 어때서라고 물어보는 여성이 있을 것 같다. 왜 그것이 서글프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 주고 싶다.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이부자리를 깔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을 꾸었다. 가까이 있던 친구. 혹은 여동생과 같은 내 삶의 가까운 여성이 꿈속에 나타나 나와 섹스 혹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펠라티오를 해주기도 하고 섹스를 하기도 하고 손으로 자위를 해주기도 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가 사랑하지 않고 있고 단지 성적 호감만 있는 여성이 꿈속에 나타나 나와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리고 눈을 뜨면 속옷과 이불이 나의 정액으로 더러워져 있다.

 

  나는 이것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남성들의 이야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의 정재영과 '달콤살벌한 연인'의 박용우가 그런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두 영화에서 보면 두 사람 다 몽정을 경험한다. 나이 30대 중반을 넘긴 사내들도 그렇다. 성인 남자가 몽정으로 말미암아 정액을 배출하고 그 정액이 묻은 속옷과 이불을 빠는 것은 왠지 모르게 서글프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닌데 일어난 일이라서 정말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서글픈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자위를 한다. 영어로 마스터베이션. 흔한 말로 딸딸이. 건강한 남성에게 여자친구가 없고 있더라도 아무런 성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면 자위를 할 수밖에 없다. 자위를 하지 않으면 정액이 몸속에 쌓이고 그 쌓여가는 정액만큼 성욕도 쌓여간다. 결국, 잠들었을 때 몽정을 하고 남자는 홀로 화장실에서 정액 묻은 팬티를 빨아야 한다. 왠지 모를 굴욕감과 서글픔과 우울함이 뒤섞인 마음으로. 그래 그럼 알았다고 그냥 자위하면 되지 않는가 하고 몇몇 여성들은 물을 것 같다. 나는, '남자는 자위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싫든 좋든 자위를 해야 하는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서 동영상이나 사진이나 글을 읽으면서 자위를 하고 그렇게 정액과 더불어 성욕을 배출해야 한다.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하며 더러운 동물이라고 욕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그런 남성들도 있다. 성욕을 배출하기 위해 변태적으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여성에게 추행하거나 성적인 폭행을 하는 남자들. 짐승과도 같은 본능에 휩싸여 남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하는 존재. 그런 존재들도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남자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최소한 나는 이제껏 그래 왔다. 그리고 덤으로 사랑하는 사람만 내가 가진 성욕을 처리해 주길 바랐다. 응당 그것이 바른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홍등가에 가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다. 지금 나는 혼자이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곧 멀리 떠날 사내에 불과하다. 돈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고, 얼굴이 잘생긴 사람도 아니다. 건강하고 다소 강한 육체적 힘을 지닌 스물여섯의 청년이 나다.


  그런데 친구가 떠난 뒤 혼자가 되자, 나는 공허했고 서글퍼졌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것 같은 외로움이 찾아왔다. 그렇지만, 이런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줄 여성은 아무도 없었다. 나의 차오르는 외로움을 위로해줄 사람도 내가 가진 억눌린 성욕을 진정시켜줄 여성은 지금 현재 없었다. 과거에 있었는지 몰라도, 아니 과거에 그런 여성들이 쭈우욱 존재해 왔기에 지금 내가 가진 외로움에 더욱 서글퍼 몸부림치는 건지도 몰랐다. 길을 걷다. 전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여성에게서 섹스어필을 느끼는 나. 지나가는 멋진 아가씨의 뒷모습에 가슴이 철렁해지고, 그 아가씨의 늘씬한 엉덩이와 다리맵시에 시선이 가고, 탐스러운 젖가슴과 하얀 목덜미에 내 시선이 꽂히고. 그런 여성이 내 곁을 지나간 뒤 공기 중에 남는 그 아가씨의 향수 혹은 샴푸 향. 가냘프게 잘록한 허리. 부드러운 것 같은 피부. 그러나 나는 그런 자극으로 오는 성적충동을 애써 억누르고, 참다 참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정욕에 싸여 자위를 한다. 지금 자위를 하지 않으면 오늘 밤 몽정을 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제껏 나는 운 좋게도 사랑하는 애인이 있었고 나를 사랑해 주는 여성들이 없는 시간이 길지 않았었다. 나는 이제껏 여성을 성욕을 처리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저 아가씨는 내게 소중한 존재. 지켜주고 싶고, 항상 미소 짓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는 여성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 가곤 했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감정에 오직 너에게만 오직 너로부터만 내가 가진 성욕이라는 슬픔. 고통을 풀어가고 싶어 그녀들과 섹스를 했었다. 그녀들도 기뻐했고, 서로 그런 섹스를 통해 서로 행복감에 젖는다는 사실이 신비로웠었다. 또다시 지금의 나를 생각해 본다. 홀로 어두운 방안에서 컴퓨터 앞의 동영상과 이미지로 쌓인 성욕을 홀로 푸는 존재. 과연 이것이 좋은 인생일까? 한 달 뒤에 한국을 출국하여, 1년이 넘도록 외국생활을 하니까 지금 현재 애인을 만들지 않고, 소통을 하지 않고 홀로 생활을 이루어 가는 것. 나는 왠지 나 자신이 못나고 추하다고 생각을 했다. 마치 자기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고 자해하는 못난이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기분에 젖어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느꼈다. 나는 그렇게 토요일 밤에 결심했다. 한 여성을 찾겠노라고. 그리고 그 여성에게 동의를 구하고 나의 성욕을 풀겠다고. 그리고 일요일 오후 그러니까 어제 난 한 여성을 만났고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
그래요. 남자는 그래요. 잘 씻지도 않아 더럽고 불결하고 멍청하고 그러면서 지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인간인 줄로 알아요. 겉보기에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 우월감에 빠져 살죠. 자기가 정말 잘나서 우월한 인간이라 생각하는 거예요. 사실 그건 별것이 아니라 운명일 뿐이거든요. 별거 아니지만 엿 같은. 운명인 거죠 운명. 분명히 노력한 점도 있겠지만, 노력해서 성공한 인생이 되는 것도 환경적인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거든요. 결코, 자기가 잘나서 성공한 게 아녀요. 그런데 사내새끼들은 그걸 모른다는 거죠. 그래서 자기보다 힘 약한 여자를 우습게 보고, 여자를 물건 취급해서 이리저리 따먹을 생각하고, 여자친구나 애인하고 질리도록 섹스하고 슬슬 바람을 피우는 거죠. 자기는 애인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거라니까. 여자가 남자보다 힘이 센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어봐. 남자가 바람을 피우나. 여자한테 처맞을까 봐 벌벌 떨면서 자기 좆 대가리 관리에 철저해 지지. 그러니까! 바람피우는 것은 여자한테 처맞고 등신 될 염려는 없으니까 행동하는, 덜떨어진 새끼들이 하는 짓인 거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고 있었고, 이런 나의 헛소리에 L S는 키특 키특 웃었다. 나는 몽정을 하는 것은 싫고, 그렇다고 자위하는 것도 싫고, 하지만 외롭고 쓸쓸하게 차오르는 성욕을 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누구나 OK라는 심정으로 섹스하려고 집을 나선 길이었다. 하지만, 집을 나와 차분히 길을 걸으면서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고. 나는 어릴 적 할아버지와 한 대화를 떠올렸다. 그 대화는 별것 아닌 대화였다. 인생이란 별거 아니라고. 먹고 자고 일하고 돈 벌고 그러다가 여자랑 섹스하고. 섹스하다가 아이기가 생기고. 아기를 낳고 아기를 키우다가 늙어가고. 늙어서 병들고 죽는다. 누구나 똑같은 과정을 겪는다. 돈이란 것은 생길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돈에 연연하지 말고 늙으면 못하는 게 많으니까 젊어서 많은 것을 해보라. 또한, 많은 것을 해 보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잊지 마라.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잊지 마라. 나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고,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남자라는 운명을 가지고 살아와서 20대의 성욕을 달고 살아야 하는 운명인데, 지금 처음 보는 여자와 섹스를 하면 성욕은 풀겠지만, 일주일 뒤에 다시 성욕이 차오를 것이고 몽정을 하거나 몽정을 막기 위한 마스터베이션을 하겠지. ! 이 무슨 엿 같은 상황인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사랑한다고 고백이라도 하겠건만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다시금 집에 돌아가는 것도 병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나온 김에 내 생일날에 혼자서 술을 마실 BAR나 술집을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돌아다녔다. 우선 서점에 들러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일본의 소설작품을 샀다. 나는 이런저런 술집을 들어갔다가 분위기를 보고 나오는 짓거리를 반복했고, 어떠한 술집에서 혼자 책을 읽으며 술을 홀짝거려도 괜찮은 분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술을 홀짝거리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난 일이다. 술집에 들어선 손님들도 조용조용히 말하는 분위기였고 나는 책을 읽으면서 맥주를 홀짝거렸다.


  책의 제목은 지금에 와서야 기억이 안 나지만, 책은 내용은 이러했다. 여러 정부 기관이나 사회를 이용하여 생활비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한 젊은 여자가 괴롭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그렇지만 가난한 삶을 면치 못했는데 아예 집을 나와서 집을 버리고 종이 집에 노숙하면서 도시라는 정글을 배경으로 생존하는 것을 그린 소설이었다. 나름 재미있었고 이런 삶도 있구나 하는 면을 볼 수 있었다.  


  "
저기 실례지만 무슨 내용의 책이에요?"

 

  내게 말을 건 것은 S이라고 불리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긴 머리에 웨이브 진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는데, 길에서 흔히 보는 흰 셔츠에 검은색의 짧으면서 옆으로 풍성한 느낌이 드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을 가지고 있으면서 곧고 날씬한 다리를 가지고 있어 미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방해받은 듯한, 느낌이 들어 나는 일본 소설 아쿠타가와 수상작. 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 책 재밌어요? 왜 여기서 책을 읽어요?"

 

  나는 순간 짜증이 나서 그녀에게 못할 말을 했다. '주체못할 성욕 때문에 섹스가 하고 싶어서 헌팅하려고 집을 나섰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도 바보 짓 같아 여기서 등신처럼 책 읽고 있어. 집을 나왔다가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돌아가는 것도 좀 그렇고 말이야. 책이야 아무 데서나 읽으면 뭐 어때? 괴롭고 힘들어서 술도 마시고 책도 읽고 그러려고.' 그러자 그녀는 내 말에 웃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서 다른 친구와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내게 와서 합석을 요구했다. 그녀가 데리고 온 여자는 L이라는 여자였는데, 뿔테 안경을 쓴 청바지에 흰색의 운동화. 옷깃이 달린 빈폴 반소매 티셔츠에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녀도 못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S에 비하면 수수한 평범한 여자애로 보였다. 하지만, 꾸미면 S 못지않은 미인이 될 것 같은 여자애였다. 그녀는 별말이 없었고, 내 말에 호응하고 맞장구를 쳐 주는 것은 S라는 여자였다.


  이야기를 해 보니 SL고등학교시절부터 친구였는데, 둘 다 공부를 열심히 하여 부산에 있는 국립에 다니는 20대 초반의 아가씨들이었다. L에게는 같이 교회에 다니는 애인이 있었는데 그 애인이 다른 여자고등학생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그런 L을 위로하려고 S가 술집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말 들어보니 그 애인이라는 작자는 SL이 고등학생일 때 대학생이었고, 군대를 다녀와 L이 대학생이 되자 복학생이 된 남자였다. L과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몰래몰래 여고생과 만나던 애인은 S에게 들켜 버렸고 S의 말을 들은 L괴로워하는 차였다.


  나는 L에게 자신을 아끼는 마음으로 그놈과 헤어지라고 말을 해 주었고, 바람피우는 남자의 인간성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던 중 S가 내게 물었다. 아까부터 운명 운명하는데 어떻게 운명이 있는 거 확신하느냐고, 그리고 운명이 있다면 누구도 노력하지 않는 거 아니겠느냐고.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운명이 있는 것은 굉장히 똑똑하고 강한 정신력의 사람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에서 유추하는 거예요.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해 봐요. 어느 누가 자살할 것으로 생각했나요? 정치적인 핍박으로 말미암아서인지, 비리로 말미암아 망가진 명예를 지키려는 것인지는 솔직히 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전 2003년도에 노무현의 취임과 더불어 저는 성인. , 20살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20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거죠. 그래요 다 떠나서 나는 지금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지도 모르잖아. 죽기 전에 나는 많은 것을 하고 싶고, 경험하고 싶고, 내 감정에 충실히 살고 싶다는 거지. 그리고 운명이라는 거. 그래. 정해져 있어. 그래서 그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그 사람의 운명이라고 생각해. 모든 것은 운명이라며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데 그것도 웃기는 거야. 분명한 것은 운명이 모든 것을 주지는 않아. 운명은 흘러갈 뿐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인 거지. 겉보기에 어려운 삶도 그 사람의 생각하기에 따라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거고, 아무리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어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여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거든. 운명은 있지만, 그 운명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고 생각해. 그런 면에서 정말 성공한 사람은 운명을 극복하고 자기 스스로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사람이 제각각의 운명으로 살아가는 것이지 실패한 운명 성공한 운명이 어디 있나. 다만, 선택에 따라 행복을 느끼느냐 안 느끼느냐가 있을 뿐이지. 그러니까 그놈이랑 헤어져. 질질 짜지 말고 널 더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 솔직히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자하고만 만나야 해. 남자는 자기가 만족해하는 여자를 만나야 하는 거고. 네 선택이야. 바람피운 놈 만나서 슬퍼하다가 용서하고 또 그 새끼 바람 필까 봐 마음 졸이며 살아가던가, 쓰레기 같은 놈 버리고 다른 남자 만나 그 새끼 만났을 때보다 더 행복해 하던가."

 

"그런데 아저씨. 은근슬쩍 반말한다?"

 

  나의 말에 S가 응수를 했고. L과 나는 폭소를 했다. 나는 두 아가씨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고, 젊고 예쁜 아가씨들을 상대로 야한 이야기도 했다. L은 부끄러워했고, S흥미진진해했다. 두 아가씨는 나의 연애사를 궁금해했고 나는 나의 연애를 말해 주었다. 나는 두 아가씨에게도 연애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는데 L은 자기는 그 바람피우는 애인이 자기의 첫사랑이라고 했고, S는 미소로 응수했을 뿐이었다
 

  나는 시계를 보았고, 이만 집에 가야겠다고 말을 했다. 시계는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고 나는 다음날이 월요일부터 다시 영어 학원에서 공부해야 하는 처지였다. L은 따라서 자기도 집에 가겠다고 했고. S도 따라 길을 나섰다. S는 나에게 L택시 타는 곳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래. 라고 답했다. 택시를 탄 LS에게 손을 흔들었고 나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어 답했다.

 
  S
단둘이 남은 나는 너도 택시 잡아 줄까 하고 물었고, S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내게 집에 가서 뭐 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마스터베이션으로 성욕을 풀고 샤워를 한 뒤 잠자리에 들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런 내 말에 S는 너는 참 신기한 인간이라는 눈빛을 던지며 부들부들 웃음을 내보였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손을 아래위로 흔들며, '나도 괴롭다. 아가. 네가 뭘 알겠니. 네가 풀어줄 것도 아니면 비웃지는 마라. 나는 지금 서글프고 짜증 난다고'라고 말했다. 아마도 S와는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한 언어행동이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고 말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을 가늠하여 발걸음을 떼었다.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뒤에서 S아저씨하고 나를 부르더니 내 옆에 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냥 나랑 섹스하지 않을래?"

 

  실존주의적인 처지에서 보면 인간은 무척이나 자유로운 존재이다. 그렇게 인간은 그 자유라는 커다란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인간은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마다 선택이라는 의무를 가져야 한다. 손쉽게 예를 들자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에서 일어날 것이지 아니면 더 잠에 빠져들 것인지를 선택한다. 잠에 빠져든다면 더 좋은 기분을 가질 수 있겠지만, 너무 늦어 학교나 회사에 지각할 수도 있다. 말단 사원이라면 지각을 하여 회사에서 짤릴 수도 있지만, 사장이라면 지각 따위 좀 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고려하여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다. 대신 그 선택에 따른 책임과 달라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또 다른 예를 든다면, 나는 중학교 3학년 시절, 나의 욕구에 따라 부산 동구 초량3동에 있는 디자인 고등학교에 갈 것인지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집 근처의 인문계 고등학교로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그때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갔고. 스스로 선택을 하지 못한 나 자신이 못내 저주스러웠다. 하지만,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남자. 내 형제와도 같은 사내. J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디자인고를 포기하고 J이라는 친구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3년 뒤, 나는 고향에 있는 평범한 대학 평범한 학과에 수능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다닐 것인지, 실기시험을 통해 합격증을 거머쥔 예술대에 들어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물론 난 3 시절 후자를 선택했고 지금껏 내 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에 나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게 되면서 고독과 외로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인간은 늘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맞추어 한쪽을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지난여름 밤에. 긴 머리에 웨이브 진 머리칼을 가진 늘씬한 다리맵시를 가진 아가씨와 섹스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선택이라는 것은 그렇다. 어느 선택이든지 나쁜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여 좋은 직장을 가지지 못하는 대신에 유년기 시절 친구들과 더 어울려 재미나고 즐거운 10대 시절의 추억을 가질 수 있고, 반면에 공부를 열심히 하여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즐거운 10대와 20대 시절을 보내지 못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를 사립으로 다녔는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립학교는 공립학교보다 이색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사립고교의 어떤 교사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온 힘을 다하고 미래를 생각해서 선택해라. 그런데 이런 예도 있단다. 너희 선배 중에 친구도 안 만들고 애인도 안 만들고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법대에 들어간 사람이 있단다. 그 친구는 또다시 4년을 열심히 애인도 안 만들고 친구도 그다지 안 사귀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서 스물네 살 되던 해에 사법고시에 합격했지. 사법고시 합격증을 손에 쥐고 꿈을 이루었다고 이제 여자친구도 만들고 친구도 만들고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한 삶을 살 거라고 내게 말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 그리고 그 친구는 전화를 끊고 합격증을 머리맡에 두고 기쁨에 넘치는 얼굴로 잠에 빠들었단다. 그리고 그 친구는 깨어나지 못했단다. 심장마비였지.'


  나는 이왕이면 나의 이득이나 기쁨을 챙기면서 동시에
내 가족이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기쁨도 챙기는 선택을 하고 싶다. 물론 최우선은 나의 이득이다. 내 마음이 편하고 내 몸이 즐겁고 또 그것을 하여 잃어버리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면 나는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늘 온 힘을 다하니까. 항상 웃고 즐기고 행복하게 살려고 하지만 동시에 내 미래도 생각하고 가족도 생각하며 그에 맞추어 선택해 왔다. 애인이 생겨 섹스하더라도 피임에 신경 써서 여자를 힘겹게 하거나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았고, 장학금을 받아왔기에 가족에게 있어서 믿음을 주는 아들. 주위친구들에게는 예쁜 여자친구를 가졌으면서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내로 인식되곤 했다. 부모님께 다달이 일정량의 생활비를 받으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어 여자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나 데이트 비용은 나 스스로 버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었다. 그게 내 최선의 선택이었고 나는 그래서 당당하게 주위사람들에게 나는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의 사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평범하다고. 비록 잘난 사내는 아니지만, 누구에게 무시당할만한 못난 사내는 아니라고.

 
  그런데 그 여자 S는 어째서 나와 섹스를 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본 것일까? 아니. 어째서 그녀는 처음 보는 나와 섹스를 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일까? 나는 그녀와 섹스를 했다. 나는 애인이 없는 싱글이고. 외로웠고. 몽정을 하기 싫었고, 그렇다고 몽정을 피하기 위한 마스터베이션도 하기 싫었으며, 차오르는 성욕을 어떻게는 해결하고 싶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One Night Stand는 처음이라 두려웠지만, One Night Stand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오늘 집에 나선 것은 어떻게든 헌팅으로 한 여자와 동의하여 섹스하겠다는 이유로 집을 나선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런데 어째서 운명이란. 인생이란. 이다지도 어처구니가 없을까? 어째서 집으로 돌아가 마스터베이션이나 하고 성욕을 푼 다음에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을 한 뒤에 한 여자로부터 섹스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게 되는 것일까? 그녀는 내 팔짱을 끼고 있었고 나는 말없이 편의점에 들러 콘돔과 그녀가 마시고 싶어하는 음료수와 과자를 샀다. 계산은 S자청하여서 했다. 편의점 직원은 아가씨였다. 여직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표정하게 맨 먼저 콘돔을 들고 바코드를 찍었다. . . . . 바코드의 소리가 왠지 경망스러웠다. 나는 가슴이 뛰었고 그녀의 얼굴을 보니 그녀 역시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우리는 모텔에 들어갔고 모텔비는 내가 계산했다. S는 나를 보며 내일 아침은 내가 살게라고 작게 말했다. 502호였고. 모텔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우리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방안에 들어섰고, 붉은 조명등만 켰다. 우리는 잠시나마 침대에 걸터앉았다. 나는 그녀가 입고 있는 검은색 치마 밑의 다리맵시를 보았고 흰 셔츠 너머 봉곳한 젖가슴을 보았다. 나는 옷을 벗으며 말했다.

 

 "먼저 씻고 올게."

 

  욕실에 들어가 양치질을 하고 샤워를 하면서 나의 그곳은 단단해져 있었다. 거울을 보다 쿡쿡 웃음이 나왔다. 예쁜 여자와 하는 섹스에 앞서 나의 몸은 많이 긴장되어 있었다. 왠지 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고 살짝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만둔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짧게나마 샤워를 하고 머리의 물기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욕실을 나왔다. 그녀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있었다. 미동도 없는 그 모습에 왠지 나는 그녀가 걱정스러워 졌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왜였는지 모르지만 나는 한쪽 팔로 그녀의 어깨를 안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보았고 나 역시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키스. 키스가 끝나고 그녀는 내 눈을 피하더니 얼굴을 밑으로 가져가 내 페니스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따뜻한 그녀의 입속이 내 페니스로 느껴졌다. 그녀의 혀와 치아가 느껴졌다. 서툴렀지만 뭔가 노력하는 듯한 느낌. 귀여웠다. 나는 그녀의 품속에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가슴어루만졌고 그녀의 긴 머리칼을 배와 허벅지에서 느꼈다. 한참 뒤, 나는 그녀의 입안에서 사정했다. 나는 그녀에게 뱉으라고 했으나 그녀는 눈을 감고 꿀꺽하니 삼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는 허리를 숙여 그녀를 안아 따뜻하게 토닥여줬다. 그녀의 숨소리가 약간은 가빠진 듯했고 그녀의 체온이 약간 올라간 듯했다.


  그녀는 나와 약간 떨어져 등을 돌린 채로 옷을 벗었고, 하얀 나신을 보여주며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고 나는 갑작스럽게 끊었던 담배를 다시금 피우고 싶어졌다. 모텔에 비치된 냉장고를 열어보니 생수 한 병과 두유 하나, 짝퉁 비타500 들어 있었다. 나는 생수를 약간 마셨고 편의점에서 사온 콘돔을 꺼내어 침대 옆의 작은 탁자 위에 올려다 놓았다. 그녀의 입안에서 한번 사정을 했지만, 나의 페니스는 다시금 단단해져 있었다. 나는 그녀가 나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고 지금 내 모습이 마치 먹이를 기다리는 강아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욕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긴 수건으로 허리를 가리고 있었고 머리에는 작은 건을 두르고 있었다. 그녀가 잠깐만 하더니 자신의 핸드백을 뒤져 작은 화장품을 꺼내고는 얼굴에 그것을 발랐다. 스킨로션인 듯했다. 나는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 침대 위로 끌어당겼다. 나는 타월을 벗기고 그녀의 유두에 입 안에 넣어 혀로 애무했고 한쪽 손은 그녀의 클리스토를 그리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이내 거칠어졌다. 나는 그녀의 입술과 목덜미 귀를 혀로 핥아주었다. 그녀는 눈을 꼬옥 감고 있었고 애무가 거듭될 수록, 그녀의 몸속 갈라진 틈이 따뜻하게 젖어들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나는 그녀의 유두를 두 손으로 애무하며 음부에 얼굴을 묻고 혀로 커널링커스를 해주었다. 그녀가 내게 해준 펠라티오에 대한 답례였다. 그녀와 내가 자리 잡은 모텔방에 그녀의 교성인지 모를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녀는 그 흔한 뱃살도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 가슴은 수술한 듯이 봉곳하니 예쁘게 모양이 잡혀 있었고 유두는 내 애무에 맞추어 단단하게 여물어져 있었다. 한참 커널링커스를 하자, 그녀의 음부에서 물이 흘러 넘치도록 차올랐고 그녀는 울음 인 교성을 내더니 그만 그만이라고 말했다. 나는 콘돔 하나를 손에 들어 포장을 뜯었고 그녀의 몸속에 나를 집어넣었다.


  그녀는, 입에서 자아내는 교성과 신음을 냈다. 내가 허리를 움직일수록 그녀의 두 손은 내 등을 잡고 손톱의 날을 세웠고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교성의 옥타브는 올라갔다. 나는 그녀의 눈이 풀린 것을 보았고, 그녀의 발가락이 매의 발톱처럼 굽혀지는 것도 보았다. 입을 벌린체 교성과 더불어 거친 숨을 내쉬는 그녀의 얼굴.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느꼈던 밝으면서도 도도한 듯한 여대생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한참 그녀의 몸 위에서 움직이던 나는 그녀를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를 치들게 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몸을 움직였다. 그녀가 신음을 내며 부끄러워라는 소리를 냈다. 후배위를 하면서 나는 그녀의 항문을 엄지손가락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그녀의 항문은 미세하게 작은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녀가 신음을 내며 싫어 싫어하더니한쪽 손을 잡았다. 나는 한쪽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한쪽 손은 그녀의 허리를 잡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만해 달라고 말했다. 나는 체위를 바꾸었다. 내가 앉은 상태에서 그녀가 내 위로 올라와 삽입하게 했고 그녀의 두 다리를 내 어깨로 올리고 두 팔로 내 목을 감싸게 했다. 그녀의 체중을 버티는 것은 나의 두 팔과 우리의 그곳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군살 없이 날씬한 가벼운 체중의 아가씨였고, 나의 강한 축에 속했기에 가능한 체위였다. 나의 팔 힘이 떨어지거나 여성의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할 수 없는 체위로, 나의 페니스가 그녀의 자궁 깊숙한 곳, 저 끝까지 닿을 수가 있었다. 내 팔이 움직일 때마다 S는 커다란 교성을 내질렀고 이윽고 절정에 다다라 S의 음부에서 따뜻한 물이 샘솟듯이 나의 몸과 침대를 가득 적셨다. S는 부끄러운지 자신의 음부에 그 뜨겁고 많은 물이 나오는 순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나는 그에 맞추어 그녀의 몸속 깊숙한 곳에서 사정했다.


  그녀는 내 품에 안겨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는 축축해진 시트를 수건으로 가리고 그녀를 다독거렸다. 나는 손을 움직여 그녀의 음부에 가져다 대자 S의 음부에서 떨림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나는 S의 몸을 다시금 애무했다. S는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을 냈다. 그녀의 몸은 아주 예민해져 있었기에 작은 접촉에도 S는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이었다. S는 내가 더는 애무하지 못하도록 나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이마에 난 땀을 닦아 주었다. S는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무언가 말하는 듯 입을 달싹거렸다. 나는 귀를 기울였지만, 그녀는 그냥 내 품을 파고들 뿐이었다. 잠시 뒤 시간을 두고 S가 진정되었다고 생각될, 나는 다시금 S를 애무하며 다시금 섹스를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그날 밤, 몇 번이고 서로의 몸을 섞었다. S는 내 몸을 받아 주었고, 나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녀의 몸과 얼굴. 그리고 몸속 깊숙한 곳에 사정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S는 내 팔을 베고 잠을 자고 있었다. 남녀와의 섹스는 어떤 대화보다도 깊은 언어를 주고받는다.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응원을. 사랑을. 미움을. 그리움을. 그리고 약속을 주고받는 언어다. 내가 S에게서 받은 언어는 단순한 위로와 응원이었을까? 나는 눈을 뜬 상태 그대로 물끄러미 S를 보았다. S는 깊이 잠들어 있는 듯했다.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은 그녀의 얼굴은 퍽 어여쁜 얼굴이었다. 피부도 깨끗하고 눈썹도 가지런하고. 오똑한 콧날에 작은 입술. 나는 내 팔을 빼내는 대신 그녀의 머리에 베개를 베게 해주었고, 물을 마시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으면 양치질을 했다. 깔끔해진 모습으로 욕실에서 나온 나는 주섬주섬 속옷과 바지를 챙겨 입었다. 옷을 다 입은 나는 침대 옆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잘록한 허리와 늘씬한 다리. 동그란 가슴과 오밀조밀한 얼굴을 다시 한번 보았다. 방한 곳곳에는 콘돔 껍데기가 나뒹굴어 있었고 한쪽 의자 위에는 그녀의 검은색 치마와 흰색 셔츠가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어제 우리가 섹스 중간마다 마시던 음료수 캔과 물병이 놓여 있었다. 나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볼에 입맞춤을 해주고 잠시 생각을 하다 모텔에 비치된 종이에 연락처를 적어 그녀 곁에 남겨 두었다.

 
   나는 모텔의 502호의 방문을 나서려고 신발을 신고 잠가 둔 문을 열었다. '찰칵'하는 현관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조용한 방에서 울렸다.

 

  "아저씨…."



  S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S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자세 그대로였고, S의 하얀 나신이 아침 햇살에 비추어 하얗게 빛나고만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이윽고 502호의 문을 열어 방을 나섰다.

 

  나는 그때의 선택으로, 완전히 다른 나로 태어나 버렸다.


by phantom | 2009/11/23 04:44 | 트랙백 | 덧글(34)
런던에서도 할건 다 한다.
섹스.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런던 시각 새벽 1시 35분. 지금 옆방에서 한국인 두 남녀가 열심히 서로의 생식기를 맞대며 낑낑 거리고 있다. 그리고 방금 그 광경을 내가 목격했다. 사실 그 일이 어떻게 되었느냐고 하면...

사실 세르비아전에서 두 한국인 여자를 만났다.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세르비아전에 함께 간 것은 옆방 형 떄문이었다. 그렇게 세르비아전에서 만난 두 한국인 여자 중 한 여자는 런던 근처의 한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이고, 그 여학생은 런던 소재의 어학원에 다니는 친구와 함께 놀려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세르비아전 다음날 형이 그 런던의 어학원에 다니는 여학생과 술을 마시고 오는 것 아닌가. 

그때 사실 눈치를 챘다. 아, 두 사람 사귀겠구나. 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냥 그렇겠구나 하고. 보통은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외로운 타국 생활이고, 젊은 남녀이고, 배경은 모던과 고풍이 어루어진 런던. 

그리고 토요일인 오늘, 형은 그 여학생과 영화를 보려고 갔다. 나는 지나가는 말로 말했다. 피임 꼭 해라고. 내 나이가 이십대 중반을 넘어섰고, 형도 알거 다 아는 나이인데 그 정도의 말은 할 수 있다. 그런데 형은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그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왔고, 자신의 방에서 술을 먹이더니, 열심히 피임도 안하고 허리를 놀리고 있다. 소리를 내면서. 

목격은 어떻게 했냐면, 어찌 어찌해서 함께 잠시 술을 마셨는데, 나는 체력도 좋고 정신력도 강한 편이라서인지 여간해서는 술에 잘 취하지를 않는다. 셋 중에서 내가 술이 제일 센 편인데 형은 마시지를 않고, 여자는 함께 술을 마시다가 인사불성이고... 그래서 형은 여자를 집에 데려다 주고 온다고 하면서 집을 나섰다. 형이 집을 나서는 동안 내가 설겆이를했고, 그 동안 형은 다시금 자신의 방에 여자를 데리고 와서 옷을 벗기고 섹스를 하던 중이었다. 뭐, 나는 설겆이 한 것 중. 형의 그릇을 형의 방에 놓아 두고 나오려던 참이었고.

그러다 두 남녀가 침대 위에서 벌거벗고 하고 있는 것을 목격. 

두 사람 다 우리는 아무사이 아니라고. 성적인 행위는 안하는 사람들이라고 나에게 그랬는데, 이젠 형이나 여자는 할말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하나 두 남녀 모두 벌거 벗은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으니. 그러나 저러나 그 여학생이 나를 제대로 쳐다보질 못할 것 같다. 이 집의 안 좋은 점 하나가 방 문을 잠글 수 없다는 것인데, 내 생각에 두 사람 깊은 관계가 되지는 못하고 그냥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끝날 듯. 오래가게 된다면 글쎄... 형이 그 여자와 동거를 하게 되는거 아닐까? 사실 많이 그런다. 여기서 만난 남녀가 몇달동안 동거를 많이 한다. 외로움도 극복하고, 돈도 아끼고. 일석 이조라고 할까? 이상하게 보지 말기를. 성인인 남녀가 섹스를 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섹스? 하고 싶냐고? 

섹스. 나도 하고 싶다. 나도 인간인데, 그래서 그들을 이해한다. 기회가 있으면 모든 것을 누려 보아라가 내 신조 아니던가. 나도 섹스하고 싶고, 기회가 있으면 할 것이다. 그런데 런던에서 한국 여자와의 섹스는 좀 아닌 것 같다. 참 이기적이게도 여기서 미리 공부를 오래 한 한국 남성들은 외국여자와 사귀라고 하나 같이 충고를 한다. 그래야 영어 실력이 늘어난다고! 절대로 한국여자를 조심해라고! 한국 여자와 사귀면 외국어를 쓸 기회가 없다고 하더라. 어떤이는 욕할지 모르겠으나 내가 여기서 한국 여자와 섹스를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결혼을 할 정도의 여자 아니겠는가. 나는 섹스를 아무하고나 하는 남자도 아니고, 아무하고나 하면 나의 전 애인들이 내게 실망을 할 것이다. 

그리고 문득 생각나는 것은 나는 정말 독신으로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by phantom | 2009/11/22 11:35 | 나쁜남자의 런던 | 트랙백 | 덧글(16)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아름답다.

완소 세르비아 소녀. 경기장까지 가는 길을 몰랐는데,
저 세르비아 소녀가 인간 네비게이션이 되어 주었었다.


지난 18일날에 세르비아전을 보러 갔었다. 여태껏 외국에서 국가대표전을 할 때, 그 경기를 보러가는 사람을 보면서 참 부러웠었는데 내가 그런 일을 겪게 되다니, 참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을 겪으면 사람은 참 얼떨떨하다. 하긴 내가 런던에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만은...


세르비아 국기와 대한민국 국기. 간만에 마음에 드는 좋은 사진!


  가는 길을 몰라 어리 버리까며 지나가는 영국인들에게 표를 보여주며 길을 물으니 참 친절하게도 가르쳐 준다. 그래서 그런지 힘들지 않게 버스를 탈 수 있었고, 버스 안에서 얼굴에 세르비아 국기를 그린 소녀를 보고 소녀를 따라 버스에서 내려서 쫄래 쫄래 따라 갔다지.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듯이, 1대 0으로 경기는 졌지만, 그래도 정말 흥미 진진한 경기였다. TV로 보던 것과는 다른 실제 축구장에서 보는 경기. 다른 축구 경기장과는 달리 좀 낡았지만, 말 그대로 축구경기만을 위해 지어진 경기장이라 선수들을 눈 앞에 보듯이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망원렌즈로 선수들을 잡으니 정말 눈 앞에 있는 듯이 보여졌다.


박지성 선수. 쏴랑해요 박지성♡


저는 박지성 선수 안티가 아닙니다.

차세대 주자 이청용선수

등번호 20번. 이동국선수

사진으로 자세히 보니 이동국 선수도 많이 늙으신 듯... 그러고보니 2002 월드컵에 왜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 선수를 대표로 뽑지 않았을까? 나는 그게 참 궁금하다. 그런데 내게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어. 누구라도 좋아요. 알려주세요. 

이영표 선수♡

경기가 끝난 후에, 선수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는데 선수들 표정이 다들 밝지는 않았다. 아마도 세르비아에게 패배해서 그런것 같았다. 하지만, 관객들은 박수와 갈채를 보내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선수들은 정말 잘 싸웠고 최선을 다했다. TV에서 보면 내가 더 잘 할것 같은데 실제 경기장에서 보면 그게 아니다. 지던 이기던간에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뛰어 비오는 듯한 땀을 흘리는 선수들에게는 경외감이 일어난다.

  내가 떠오르는 것은 중학교 시절인가? 도쿄에서 일어났던 한일축구전이다. 그때 0대0으로 팽팽하게 맞서다가 후반 종료 십분여를 앞두고인가 우리가 한골을 먹어 버렸다. 도쿄구장의 울트라니혼은 좋아가지고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고, 일본 축구 감독은 주먹을 흔들며 승리를 확신했다지. 그런데 우리가 몇분 뒤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때 일본관객에 비해 소수에 불과하던 우리 응원단은 좋아서 난리가 났고, 곧바로 다시금 역전골! 그때나는 부산에서 TV로 보고 있었는데, 그때 MBC해설자인가가 후지산이 무너져요라는 명언을 남겼고 나는 좋아서 방방 뛰었었다. 그때의 경기는 일본에게는 잊고 싶은 경기였을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정말 기억에 두고 두고 남을 경기다. 2002월드컵이 내가 고3때 일언난 일인데, 그때 분명 내가 중학교 시절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일본은 패배! 그때 파란물결의 일본 응원단중 일부가 일본 축구선수들에게 힘내라는 듯한 응원을 하는 것을 보았었다. 젊은 일본 여성이었는데 지금쯤 그 아가씨들은 아주머니가 되었을 테지... 아무튼 그들은 비통한 역전패를 당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었다.

  나두 마찬가지로 런던에서 그들에게 박수를 쳤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졌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최선을 다했다면 승패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비오듯이 땀을 흘리는 그들이 아름답다.

세르비아 전에서 경기 구장을 3분의 1밖에 개방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득 채운 한국의 축구 응원단들.
대체로 늙으신분들은 교포분들 같고, 젊은 사람들은 대다수 유학생이다. 


  재밌었던 것은 뚱뚱한 교포 아주머니가 12파운드짜리 표를 사 놓고 20파운드 좌석에 앉아 있다가 뒤 늦게 참여한 유학생들과 싸움이 일어났다는 것. 요즘 한국 유학생 아가씨들 무섭드라. 교포아주머니가 자리도 못찾겠고 그냥 섞였으니 아무대나 보자는 거였는데 유학생 아가씨들은 돈을 주고 표를 샀으니까 자기에게 권리가 있다면서 따닥 따닥 몰아 세우더니 결국 외국인이랑 함께 자리에서 쫒아내드라. 사실 유학생 아가씨들 말이 맞지만 내 옆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니까 좀 그렇더라 ^^ 그리고 그 아가씨들이 내 옆에 서서 어찌나 응원용 풍선을 내 귀 옆에 대고 두들기는지 그 소리에 내 한쪽 귀가 다 아프더라고...^^ 성질이 뻗쳐서 한마디 하려고 하다가 그냥 그 풍선을 고의인듯 아닌듯 주먹으로 쳐서 손아귀에서 놓치게 해버려더니 안그러시더라고.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오랜만에 한식당에 가서 한식을 사 먹었다. 그리고 펍에 가서 기네스 맥주를 한잔 했다지. 바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헀고, 공부도 하고 그러느라고 포스팅을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어제는 니모와 함께, 맥주를 반주 삼아 레스턴스퀘어에 있는 식당에서 T본 스테이크를 먹었다. 사진기를 들고 가지 않은 것이 참 아쉽다. 참으로 멋진 식사였기 때문이다. 창가에 앉아 창밖의 영국의 고색창연한 건물들을 보면서 하는 식사는 훌륭했다. 니모도 내 기준으로는 그닥 나쁘지 않은 외모의 귀여운 아가씨이고. 그런 아가씨랑 마주 앉아 하는 좋은 식사 후에, 커피도 한잔 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어서 기분이 좋았다. 사람이 너무 돈을 쓰지 않으면, 자기 비하감에 빠지고 자존감이 무너진다. 평소에는 하루에 점심값으로 2파운드만 소비하다가 갑자기 고급음식을 먹으니 니모가 놀라더라. 나는 차근 차근 돈을 소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했더니 니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렇다. 돈이 많든 적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근검절약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근검 절약하는 생활을 하다 보면 자존감이 무너지고 자기 비하감에 빠지기 십상인데, 그러한 기분이 들때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식당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스스로를 위한 문화생활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기 절제와도 관련된 일인데, 늘 비싼 외식에 비싼 문화생활을 즐기다가 갑자기 돈이 없으면 사람은 정말 비탄에 빠진다. 그렇게 무너지는 사람들을 나는 숱하게 보아 왔다. 하지만 반면에 평소에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하다가 아주 이따금 스스로를 위한 소비를 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아주 건강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것은 양귀비 뺨치는 미인이라도 3박 4일 침대에서 함께 생활하면 무덤덤 해지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욕망에 관한 것인데, 어떠한 욕망이 본인에게 생기고 그 욕망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있더라도 그 욕망에 푹하니 빠지지 말고 이따금 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어느 정도를 이루면 이 이상을 요구하게 된다. 

뭐 어려운 이야기로 빠질 뻔 했다. 어쨌건 대한민국 선수들 파이팅!       

 
by phantom | 2009/11/22 05:10 | 나쁜남자의 런던 | 트랙백 | 덧글(4)
A Wheatfield, with Cypresses. 1889, Vincent van Gogh
A Wheatfield, with Cypresses. 1889, Vincent van Gogh


  A Wheatfield, with Cypresses 는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 측백나무가 있는 밀밭이다. 누런것이 밀밭. 그리고 저기 하늘 거리는 물풀같은 나무가 측백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림과 동종의 그림은 뉴욕의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다고 한다. 고흐가 죽기 1년전, 정신병원에 있으면서 그렸다고 하는 참 유명한 그림이다. 그림속의 사물들은 일그러져 보이는데 어떤이는 그냥 기법이라고 하고, 어떤이는 고흐가 간질병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은 간질발작이 일어날 때 마다, 사물이 일그러져 보인다고 한다. 고흐는 그때 간질 발작을 일으켰을 때 보여지는 일그러진 풍경을 그린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 바로 옆에 위치한 이 그림은 해바라기 만큼이나 참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이 그림 역시 해바라기처럼 물감을 투텁게 칠해 놓았는데, 가만히 구름을 그린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구름을 그리기란 참 어렵다. 그런데 고흐는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생동감있고 움직이는 듯하면서도 뚜렷한 그런 구름을 그려 넣었다. 밀밭과 측백나무 역시도 이채롭다. 바람에 일렁이는 듯한 그런 그림이다. 정지된 그림이면서도 움직이는 듯한 그런 생동감을 고흐는 불어 넣었다. 몇몇 이들은 고흐의 그림에 비하여 너무나 명성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의 일생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환경속에서 끝까지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린 그가 참 경의롭다. 

  몇년 전, 명문여대 신입생인 아가씨를 알게 되었었는데, 그 아가씨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난다. 인터넷으로 그림을 볼 수 있는데 뭐 하러 직접 그림을 보냐고. 뭐, 모니터 속의 작은 그림으로 만족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나는 그림을 직접 보았고, 캔버스에 그려져 있는 화가의 붓 터치를 직접 눈으로 보았다. 화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면, 그 그림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반고흐의 위 그림은 보는 것이 멍청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눈을 통해 들어온 반 고흐의 그림은 내 가슴을 참으로 저리게 만들었다. 가슴이 저리는 순간. 당신의 일생동안 몇 번이나 찾아 오겠는가? 따뜻한 느낌과 편안한 느낌. 그리고 약간의 애절한 슬픔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따뜻하고 편안하지만 애절한 슬픔을 나는 위 그림에서 받았다.

  반 고흐는 독신이었고, 평생 자신의 그림을 세상으로 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고흐의 주치의는 Gachet라는 박사인데, 그에 얽힌 사연이 재미있다. Gachet박사는 반 고흐의 그림을 보며 혹독한 비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혹독한 비평을 하면서도, 돈 없는 고흐의 진료비를 대신하여 그의 그림을 받아주곤 했단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고흐의 그림이 인정받게 되면서 Gachet박사의 후손들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사연을 핑계삼아, 파리의 거리 화가들이 관광객들로 부터 그림을 그려주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프랑스의 길거리 화가로부터 그림을 받고 돈을 주려고 할때, 화가는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지금 내가 유명하지 않지만, 먼 훗날 내가 고흐처럼 유명해 진다면 당신을 그린 이 그림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오. 그러니 넉넉하게 돈을 좀 주시구려.'
  위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고? 하하. 군 복무시절, 집에 돌아왔더니 못보던 아버지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는게 아닌가. 그리고 위의 사실을 알려주면서 아버지는 내게 자랑을 하셨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그린 그림이라고. 액자까지 맞추어서 벽에 걸려 있던 아버지의 초상화 한 구석에는, 프랑스 거리 화가의 이름이 멋들어지게 써져 있었다. 물론 그 그림에 대한 관람평은 하지 않겠다. 만약에 솔직한 관람평을 하면 아버지가 쓰신 돈에 비례하여 참 많이 서운해 하실 것 같으니까.  
by phantom | 2009/11/20 04:19 | 나쁜남자의 그림 | 트랙백 | 덧글(8)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